야수로 변해가는 국민과 아름다운 나라 / by 시골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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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거와 아무런 관계도 없고 관심도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우리 가족이 미친 소고기를 먹고 치매에 걸리거나 왜 이렇게 경제적 어려움을 당해야 하지?"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잘못이다. 촛불집회가 계속되어 많은 사람들이 체포되거나 다쳤고, 민생경제는 피폐되고 독도마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위태로운데, 그런데도 당신은 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나? 아무것도 안 했다는 그것만으로도 당해 마땅하다. 그 죄로 당신은 당하는 것이다."

언젠가 주권을 포기한 85%의 국민들은 지금의 초·중·고딩들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될지 모릅니다.


▣ 코뿔소에 의한 비극적 소극과 완벽한 파라다이스

프랑스의 시골 마을에 칠칠맞고 소심한 베랑제와, 깔끔하고 멋진 삶을 즐길 줄 아는 건강한 그의 친구 장이 있었습니다. 베랑제와 장이 대화를 하는데, 갑자기 마을에 코뿔소가 나타나 고양이를 밟아 죽이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다음 날 죽은 고양이에 대한 슬픔은 잠시뿐 마을 사람들은 코뿔소의 국적이나 뿔이 하나인가 둘인가 하는 엉뚱한 문제로 논쟁을 하면서 하나하나 코뿔소로 변해갑니다. 세련되거나 이성적인 깐깐한 사람들조차 단순하고 잔인한 코뿔소의 폭력과 죽음의 공포 때문에 서서히 코뿔소가 되는 길을 선택합니다. 마침내 짝사랑하던 아가씨와 똑똑한 논리학자는 물론 모든 마을 사람들이 코뿔소로 변하고, 절망과 무력감에 빠진 베랑제만 홀로 남아 '난 마지막까지 인간으로 남겠어! 굴복하지 않겠어!'라고 절규합니다.

"봄에 앵초꽃이 피면서 길이 열렸어요. 또 하나의 신비였죠… 겨울에는 땅이 진흙탕이 되면서 길이 막혔어요. 걸어다닐 수가 없었죠. 그러다가 갑자기 풍경이 바뀌었어요… 꽃, 다람쥐, 노래하는 새, 그리고 황금빛 곤충들… 모든 것이 생명으로 충만해지죠… 진흙탕과 마른 나무의 팔이 기지개를 켜면서 되살아났어요… 나는 그게 정말 죽은 세상이 부활하는 장면이라고 느꼈어요…. 마을은 작은 둥지면서 동시에 광활한 우주였고, 외로움이면서 또 공동체였습니다. 완벽한 세계였죠…"

이렇게 어린 시절을 보낸 남프랑스의 작은 마을을 완벽한 파라다이스로 추억하는 이오네스코는, 그릇된 신앙이나 배타적인 이념과 권력의 목적을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버리거나 무고한 이웃을 제물로 삼는 일들이 아름다운 공동체의 경계를 넘어 나라 전체를 삼키고 전체주의폭력이 횡행하는 파리로 이사하여 성장하면서, 독일 나치주의자들의 공포를 겪으며 『악이 바로 우리 사이에 있으며, 바로 이 순간 우리를 갉아먹고 파괴하고, 또 세계의 경이로움을 인식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고 고발합니다.

「코뿔소」는 20세기 전반 유럽을 불도저처럼 휩쓴 미친 이데올로기인 나치즘과 파시즘을 상징하는 풍자극인데요, 『총통과 수행원들이 조그맣게 보이면서 멀리 거리의 끝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가까이 오자, 나는 사람들이 흥분하면서 그 기분 나쁜 친구를 향해 광적으로 환호하는 것을 보았다. 흥분상태는 히틀러의 도착과 함께 조수처럼 퍼져 나갔다. 무엇보다 나는 그 광적인 열기에 경악했다. 그러나 총통이 아주 가까워지고 주위의 모든 사람이 흥분의 도가니에 빠지자 나의 마음속에서도 똑같은 광증이 솟아나 나를 사로잡으려는 걸 느꼈다.』라며 이오네스코는 서문에서 친구 루쥬몽의 증언을 주인공 베랑제로 극화하여 사람들이 무더기로 코뿔소로 변하는 현실에서, 복종을 거부하고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한 안간힘과 전체주의를 묘사합니다.

떼를 지어 다니는 코뿔소는 개인의 자유와 이성을 억압하는 거대한 사회조직과 언론, 광신적인 이데올로기의 메타포이며 '절차에 의한 다수가 선택한 길은 무조건 옳은 길'이라며 막강한 권력으로 군림하고, 획일적인 의견을 거부할 때 고립과 배격이라는 폭력을 감수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코뿔소」에는 처음의 진짜 코뿔소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코뿔소의 무서운 힘에 압도된 비극적 소극(farce tragique)의 상황에서 인간성을 상실하고 동물로 타락해 가는 그로테스크한 양산된 복제 코뿔소들만이 우글거릴 뿐입니다.


▣ 행동의 집단전염성과 모방

새들도 짝짓기 상대를 유혹할 때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바람잡이를 동원한다는데, 전문기술자들의 주식시장조작이나 학문의 전당에서 일어나는 논문조작뿐만 아니라, 우리의 코뿔소 세상은 찌라시들이 익명성 글을 인터넷에 올린 뒤 기사화하기도 하고, 정치인들이 저격수들을 앞세워 지역정서와 색깔론을 부추기며 극보수단체들을 동원하여 여론몰이를 하는 등… 군사독재공안기관들의 간첩조작만큼 가히 기상천외하고 천태만상입니다.

확률에 의하면 사기를 치기 위해 바람잡이를 한 사람 동원하면 4%, 아홉 사람을 동원하면 11%… 숫자를 늘릴수록 익명성이 보장되고 책임의식이 사라지는 집단소속감에 의한 행동의 전염성과 모방이 강화되어 대중통제가 용이하다고 합니다.

또, 성공지상주의를 갈망하는 사적자기의식에 빠진 사람들을 화려한 감언이설로 사냥하는 사기꾼들은, 다반사인 듯한 행운의 과정을 만들어 더욱 큰 함정을 파는데, 사냥감들이 그런 속임수를 인지하는 즉시 엄청난 폭력으로 인간성조차 말살하며 피 한 방울까지 착취합니다.

사기꾼의 목적은 적게는 경제를 갈취하거나 인간의 정신을 갈취하거나 두 부류로 나뉘지만, 대부분 두 가지를 동시에 갈취함이 목적이며 반드시 연관된 권력자들이 거간꾼이 되고 거기에 이해관계가 걸렸다고 착각하는 가진 것 별로 없는 중산층이라 자뻑하는 서민들이 짝퉁언론 전단지에 전염되어 충직하게 바람잡이들의 행동을 모방하는 것입니다.


▣ 절차적 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군사독재시설 정의를 부르짖다 옥고를 치렀던 명문대 출신이, 독재자들의 천국에서 발붙이기 어려워 영어권 선진국으로 이주하여 처자식까지 공장생산라인에서 일하며 부동산중개로 근근이 눈물을 흘리며 지내다, 외롭고 빡빡한 이국의 삶을 벗기 위해 참여정부를 믿고 한국에 U턴하니 살만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선진국 부동산중개인은 변호사의 일종이니 당근 변호사로 대접받았고, 황까를 일삼던 인터넷저널에 몇 개의 노까칼럼을 올리자 기자로 대접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2mb가 대기업 CEO라는 것은 그만한 역량과 실적이 있으며, 2mb도 당연히 나라를 말아먹지 않을만한 이유 있는 정책이 있을 거라 기대하며, 확률이 낮은 광우병 때문에 길거리에 줌마들이 나서는 것은 가족이기주의일 뿐이라며, 사회학전공 출신이면서 정치와 종교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묵살합니다. 대단한 행동의 전염성과 모방의 사례 아닙니까?

회상해보면, 군사독재시절 민주화를 위해 개인적 희생을 치르며 음양으로 많은 노력을 해 왔던 민주화 세력들과 리버럴리스트들이 국민의 정부 등장과 함께 친일수구세력으로부터의 사회정화를 원했지만 IMF라는 짐을 벗기에는 너무도 많은 문제들이 산적하여 진보적 사회개혁이 쉽지 않았습니다. 친일수구세력들은 빨갱이세상이 되었다는 공포에 잠시 몸을 사렸지만 굶주림이 인간의 정신을 피폐 시키듯 화급한 경제문제는 대의민주주의를 피폐 시킬 수도 있었으므로 국민의 정부 정책들은 현실적 범위 안에서 제약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파산한 국가경제 존망과 민생문제는 참여정부의 초기에도 똥오줌 가리기 힘들 정도였고 리버럴리스트와 진보세력들의 정치욕구는 충족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어쩌면 기회가 있었으나 악순환의 고리가 될지 모를 국가적 질병인 절대적 왕권과, 그에 대립된 프롤레타리아독재의 단초를 배제하고, 민주정치시스템으로 정착시키려던 노공이산님의 과욕일 수도 있었지만, 국민주권에 대한 소통 인프라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입법부조차 불평해대며 오히려 실용을 주장하며 엇박자로 나갔습니다. 그들은 의회의 담론문화를 외면했고 국민의 여론수렴조차 백안시했으며 적대적으로 자신들의 리더의 소통시스템 확립을 묵살하고 찌라시들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이에 편승하여 친일기득권수구세력들은 사법부와 언론에 조직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고, 정당한 대접에서 소외되었다고 착각하던 참을성 없는 진보와 리버럴의 불만에 찬 조직적 행동이 가세했습니다. 이들은 의견이 다른 것을 정보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기적인 정보만 편식하며 정보부족에 의한 잘못된 판단으로 국가현실과 국민여론에 대한 필터링에 실패하고 현재의 빈곤한 정치적 입지를 자초했던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10년 동안 소외되었던 김진홍류의 단순한 섭섭함이 친일수구세력들과 합세하여 역사를 왜곡한 단초이기도 하지만, 분명 역사는 이들의 근시안적인 이기주의를 가혹하게 기록할 것입니다.


▣ 아름다운 나라

아편 거래와 강도, 살해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미군에 의해 심판을 받았던 '마약왕'이, 탈레반을 잡는데 적격이라는 이유로 부하들과 함께 아프간의 경찰책임자가 되었다는 기사를 보며, 교민사회와 임정에서 헤게모니 쟁탈만 일삼다 일제패망 후, 미군에 의해 정권을 잡은 이승만과, 독립운동가들을 죽이던 친일경찰세력들과, 일본장교 다까끼마사오와 김수환, 이광수 등의 친일엘리트가, 교과서와 지도의 독도 명칭을 저울질하는 부시와 후쿠다의 면면과, 현 정권의 온갖 거간꾼들이 클로즈업되는 것은 저뿐이 아닐 것입니다.

최근 거듭된 국민의 주권 포기 덕분에 기하급수적으로 사회 상층부에 정체를 드러낸 코뿔소들의 배 째라는 자신감에 국가존망이 실로 걱정됩니다. '~문제는 다수결을 통해서가 아니라 쇠와 피를 통해 결정된다.'라며 40여 개의 민족국가를 비민주적인 권력구조와 권위주의적 통치로 독일제국으로 통합한 비스마르크와 달리, 입만 달린 2mb는 2개로 분리된 나라를 통일할 기회조차 강대국들의 이전투구장으로 내던지고, 반토막 국토조차 베블런 환각의 부동산 아편 공급정책을 위해 쓸모없는 삽질로 사분오열 시키며 철혈로 통치하고 있습니다.

'한 나라를 세우려면 일천 년도 부족하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려면 단 한 시간으로도 족하다.'라고 바이런이 말했습니다만 저는 '국가지도자의 몇 초간의 말과 생각이 국가존망과 국민 생사를 가른다.'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분명, 변방의 작은 나라 지도자 노공이산님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큰 영향력을 주고 있습니다만, 국민과의 소통을 단절시키고 도둑놈으로 예우하는 폭정에 내부의 가치를 인지하지 못하는 국민들의 작금의 교육감선거를 보면서, 시민에 대한 분노와 절망이 생기는 것은 투표참여자의 반만이 아니기를 국민들의 정의감에 호소합니다.

전쟁의 참화나 질병과 빈곤에서도 국민은 살아남을 수 있지만 정의가 무너지면 국가존립은 어렵다고 합니다. 부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는 반드시 올바른 절차적 민주주의의 선택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당신들의 후손들을 위하여 두 번 다시 국민주권을 송두리째 쓰레기통에 버리고 휴식을 즐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은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사상의 자유를 확립하는 정치양식의 건립과 국민교육의 완비다.'라고 소원하셨습니다.

일제하 독립지사들은 최소 30여 년간 절치부심하며 기개를 꺾지 않았고, 철권통치시절 극소수의 젊은이들과 민주인사들은 폭압에 굴하지 않고 언젠가는 이 나라가 민주화되리라 낙관하며 20여 년간 최루탄과 맨손으로 맞섰습니다. 낙천주의자들은 모든 문제점 뒤에 숨어있는 하나의 기회를 찾아냅니다. 부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삼천리금수강산을 희망찬 꿈을 노래하는 이오네스코의 완벽한 파라다이스처럼, 기회가 올 때마다 정의로운 자각으로 주권을 행사하여 자랑스럽게 물려주기를 기원합니다.

 

ⓒ 시골훈장

by 트릭키 | 2008/08/04 12:57 | 세상사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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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6942 at 2013/03/27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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