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촛불 /by 가을들녘


사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글을 쓰고 있던 중이었는데 괜찮은 분석글이 올라와서 긁어옵니다. 늘 제가 쓰는 글보다는 퍼온글이 멋지기 때문에 ... ㅋ 서프라이즈의 글이라 아무래도 당파성이 조금 가미되어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는 명쾌하기까지 합니다.
http://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1&uid=141712


한반도와 촛불 by 가을들녘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이 매우 심각한 상황인 것은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정부가 거의 코너에 몰려서 거의 백약이 무효인 상태로 가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1. 독도문제

독도문제는 낭중지추,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아서 언제든지 삐져나올 수 있는 사안인 것은 맞습니다. 우리가 집권을 했더라도 똑같은 일을 당할 수도 있는 그런 사안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문제는 '왜 지금인가?'라는 점입니다.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은 기억을 하실 텐데요, 며칠 전 일본은 6자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중유제공을 거부한 바 있습니다. 북한에 비핵화 프로세스의 댓가로 총 100만 톤의 중유를 제공해주기로 했고 북한을 제외한 5개 나라가 20만 톤씩을 부담하기로 했는데 일본이 '일본인 납치'문제를 고리로 걸어서 이를 지연/거부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문제는 일본의 중유제공 거부가 '북한'에 대한 압박이 아니라 '미국과 한국', 특히 우리나라에 대한 압박이란 점입니다. 북한은 총량 100만 톤을 받기로 되어 있으므로 굳이 그것이 일본이 돈을 댄 중유이냐, 아니냐에 별 타격을 받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본으로 인한 중유제공 지연은 북한으로 하여금 협상에서 더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지렛대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부시 퇴임 전(대체로 가을까지는) 북핵 성과를 고대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결코 일본의 이런 태도가 반갑지 않을 것이 자명합니다.
물론 저는 일본이 끝까지 20만 톤에 대한 책임을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봅니다만, 이미 명박이가 저질러 놓은 일들로 인해 자칫 잘못하면 우리가 그 20만 톤을 전부 혹은 상당량 떠맡아야 할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매우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노무현 정부는 '북핵'을 "동북아평화에 대한 위협"으로 본 측면이 강합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그걸 한반도 남쪽으로 쏠 것도 아닌데 호들갑 떨지 말자"고 하면서 밖으로는 일본과 중국, 미국을 향해 "북한의 미사일/북핵은 동북아 전체의 평화에 결코 도움될 게 없으니까 우리 다 같이 모여서 문제를 풀자"라고 하며 약간 대외적으로만 호들갑을 떨어줬습니다.

반면, 명박이는 "북핵/미사일개발의 일차적 위협대상이 바로 대한민국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6자회담에서도 예전처럼 "니들이 협상 잘못하다가는 까닥 잘못하면 저 북핵/미사일이 너희 나라에 가서 터져~"하는 식이 아니라 "야, 니들이 나 좀 도와줘서 우리들의 북핵공포를 좀 벗겨줘" 하는 식의 구걸외교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저는 일본이 이 지점을 정확히 치고 들어왔다고 생각을 합니다. 한국이 스스로 북핵의 포로가 된 이 상황, 6자회담 당사국 중에서 가장 강력한 포지션이 미국과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넘어간 이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핵프로세스는 속도감이 붙어야 하는 미국의 입장이 강화된 상황에서 일본의 중유제공지연/독도이슈화는 이명박의 뒤통수를 후려친 정도가 아니라 거의 급소를 때린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2. 이명박의 6·15선언, 10·4선언 언급

이명박은 미국(부시)에게서 '정보'만 듣게 되면 '대북유화책'을 꺼내놓고 있습니다. 북한인권을 거들먹거리며 가만 놔두면 무너질 정권에 당근은 없다는 식으로 행동하던 그 거만함이 부시만 만나게 되면 쪼그라듭니다.
미친 소 수입하러 4월에 미국 가서는 북-미 싱가포르 합의를 전해듣고 뭐에 데인 듯이 '남북연락사무소' 개설을 하자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했는데, 이번에 G8 회담에 옵저버로 가서는 후쿠다와 부시에게 또 무슨 이야기를 전해들었는지 돌아오자마자 "6·15선언과 10·4선언을 협의하자"는 전혀 기존의 입장과 어울리지 않는 발표를 하게 됩니다.
지금 한반도, 특히 북-미-중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외교전쟁에 한발 물러서 있던 '일본'이 중유제공지연을 미끼로 발을 얹어놓았고, 북-미 그리고 북-중간의 급속도로 친밀해지는 상황이 우리나라 청와대와 외교부를 뒤흔들어놓은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여기서 계속 강경하게 나가다가는 왕따 수준이 아니라 YS의 전철을 밟아 '말' 할 권리는 없고 '돈' 낼 의무만 옴팡 쓰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낀 것이 확실합니다.

사실 이명박으로서는 아무리 'Anything but Roh"라고 하지만 10·4선언이 6·15선언보다 훨씬 더 받아들이기 편한 사안입니다. 한나라당/조중동/뉴라이트의 일관되며 공통된 6.15선언에 대한 입장은 이렇게 정리가 됩니다.

    * 김정일에게 돈을 주고 받아온 항복문서다.
    * 북한의 연방제 적화통일방안에 대한 동조이다.
    * 김정일의 서울 답방은 터무니없다.

즉, 6.15 선언을 명박이가 이행하겠다고 하는 순간, 대한민국의 보수집단은 그동안 DJ에게 가해온 집단린치의 근거를 잃는 것은 물론이요, 그들의 생명줄 국가보안법을 지탱할 힘을 잃고 김정일의 서울 답방을 추진 해야 할 의무를 감당해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6.15선언을 명박이가 입에 올렸습니다. 금기를 깨뜨린 것이 아니라 극우보수집단과 조중동의 공격을 감내하기로 작정을 하고 발표를 한 것이며 이 멍청한 정부의 대북정책기조 변경을 예고하는 작은 사건임이 분명합니다. 역시… '왜 지금인가?'라는 문제제기가 따라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8월8일이면 부시가 베이징으로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러 옵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이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진 듯합니다. 올림픽에 국가발전의 명운을 걸고 있는 후진타오로서는 '평화의 제전' 올림픽에서 지구 상 유일한 냉전라인의 해체 선포식을 갖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시나리오입니다. 이를 위해서인지 이미 중국은 북측에 김정일의 개막식 참석을 타진했다고도 합니다. 사실, 중국으로서는 베이징에서 부시와 김정일이 만나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기 때문에 김정일의 베이징방문이 성사된다면 그 가치는 엄청난 것이 될 겁니다.

만약에, 이런 시나리오들이 가동 중이라면… 어떨까요?

    * 거창하게 종전선언이나 평화선언은 아니더라도, 김정일-부시-후진타오의 3자 공동회담이 이뤄진다면?
    * 역시 8월 8일에 북경에 있을 명박이를 제쳐놓고 셋만 만난다면?
    * 아니, 이명박-김정일-부시-후진타오-후쿠다-메드베데프 여섯 명의 6자회담 당사국 정상들이 모여야 하는데, 김정일이 이명박의 6·15와 10·4 선언에 대한 이행약속 없이는 북경으로 가지 못하겠다고 몽니를 부리는 상황이라면?
    * 북-일간 '납치인 석방' 문제 해결에 있어서 이미 김정일 측에서는 어느 정도의 선의를 보인 바 있는데 그 해결의 결정적인 키가 바로 '남-북 간 화해'라면?
    * 북-미 수교에 있어서 명박이의 강경한 대북태도가 미국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

저는 이 모든 사안들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현재 명박이 정부의 청와대와 외교부/통일부를 짓누르고 있다고 봅니다. 안으로는 보수의 정체성(?)을 지켜야 하는데 밖으로는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상황의 딜레마에 이 정부가 빠져있음이 거의 확실하다고 봅니다.

설상가상… 금강산관광객 피격사건은 명박이에게는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입니다. 정부로서는 이번 사태를 통해 그들의 무능과 자만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을 뼈아프게 생각했으면 합니다. 물론 논외이지만, 북한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요 며칠 사이에 우리는 금강산으로 가는 길이 막혔고 개성 가는 길도 간당간당하고 독도는 '글'로서 공격당했습니다. 만약 10·4선언이 정상적으로만 진행되었더라면 1박2일의 강호동 일행은 직항로를 타고 굳이 그 개고생을 하지 않고 인천공항에서 백두산 아랫마을까지 비행기 딱 1시간 반 타고 갔을 겁니다. 원래 5월이면 백두산 관광이 예상되었었죠.


3. 그리고 촛불…

촛불은 완벽하게 '장기전' 태세로 들어섰습니다. 지난 주말 폭우 속에서도 게릴라 시위를 멈추지 않고 종로를 장악한 2만의 촛불시위대를 보면서 저는 다시 한 번 확신을 했습니다. 이 촛불은 절대로 꺼지지 않습니다. 명박이가 사퇴하든가, 재신임 정국으로 가든가, 아니면 이명박이 직접 손에 피를 묻히든가, 저는 이 셋 중 하나로 갈 것이라고 봅니다.

이미 명박이는 국민 다수에게 '신뢰'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지지기반이었던 좃중동/극우꼴통들에게까지 신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무도 명박이가 (죽지도 않은) 경제를 살릴 거라고 믿지도 않을뿐더러, 그나마 숨은 살아있는 경제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강만수의 제거야말로 '불량산소호흡기' 교체에 해당하는데 이걸 하지 않으니 좃중동이 들고 있어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경제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명박이는 거의 완벽하게 식물인간 판정을 받은 상태입니다. 그나마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버티고 있는 것일 뿐, 절대로 명박이는 재기할 수 없습니다. 만약 명박이를 살릴 힘을 누군가가 갖고 있다면… 저는 그건 김정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지금의 김정일' 아닌 '정신 나간 김정일'만이 명박이를 살릴 수 있다는 게 문제라는 것.

촛불은 이미 대세를 장악했습니다.

사상 유례없이 '촛불집회'를 가지고 백 분 토론이 몇 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사회는 아고라와 촛불의 허락 없이는 어떠한 사회적 분쟁도 해결이 되지 않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잠깐 미쳐서 지난 4월 총선에서 범한나라당 계열에 개헌선을 선물하는 바람에, 이제 이 미친 정부의 독주를 막을 유일한 세력은 촛불이 되었습니다.

어제 YTN의 주총이 무기연기된 것 역시 바로 촛불의 분노 때문이었습니다. YTN노조원 몇 명쯤 단식하고 주총 방해하는 것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촛불의 양해를 받지 못한 분쟁해결은 더 큰 분쟁의 시작이란 것을 저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지연한 것일 뿐입니다.

물론 저놈들은 분명 어디선가 황당한 방법으로 결국 구본홍이를 YTN사장에 앉히겠지만, 촛불이 있는 한 그 역시 명박이의 운명을 그대로 따라갈 것이므로 큰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분명 승리하고 있습니다!

 

ⓒ 가을들녘



by 트릭키 | 2008/07/16 01:29 | 세상사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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