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20일
[고유가사태] 유가폭등과 석유 정점 2 /by 파토
http://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248&article_id=4214&board_category_id=1
2008. 6. 20. 금요일 지난 시간에 설명 드렸듯, 비록 우리가 현재 석유 정점에 도달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앞으로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그날이 도래할 가능성은 거의 100%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석유뿐 아니라 석탄이나 구리 같은 광물 등 소위 ‘고갈성 자원’ 모두에 해당하는 사항이지만 석유의 문제는 단기간에 너무 많은 양을 소비해 왔다는 점에서 그 문제가 빠르고도 긴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양 만큼이나 석유 사용의 분야 역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자동차나 비행기, 선박 등등의 연료나 난방유, 발전용 기름, 각종 기계 오일류 등등이 직접적으로 떠오르는 부분들이지만 이런 것은 사실 일부에 불과하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여러분이 눈을 들어 고개를 돌리는 모든 곳에 석유가 존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플라스틱인데 이것이 우리 일상에서 얼마나 많이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석유를 괜히 문명의 동맥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이 현상은 처음에는 가격이 상승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아예 물자의 부족으로 이어지게 된다. 즉 돈을 주고도 살 수가 없게 되는 거다. 그렇다면 그때 우리는 마우스나 신발 밑창을 나무나 금속 등으로 만들어야 할까? 가능이야 하겠지만 그러기 시작하면 이제 그 재료들 역시 얼마 안 가서 심각한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전세계에 컴퓨터가 10억대 있다면 마우스도 10억 개가 필요하고, 신발이 100억 켤레 있다면 고무 밑창은 200억 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놀랍게도 석유는 이런 식의 수요를 현재까지 모두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우리가 즐겨 씹는 껌에도 석유가 들어 있다. 하루에 전세계에서 씹히고 버려지는 껌의 숫자는 대체 몇 개나 될까?
그리고 이런 플라스틱 문제도 실은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글로벌 경제 하에서 원자재 가격 및 운송비의 상승으로 인해 석유와 직접 관련이 없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서도 물가의 극적인 상승과 수급 불안이 빚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필자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말레이시아 제이며 타이핑하고 있는 컴퓨터는 중국에서 만든 것이다. 냉장고의 야채도 중국과 동남아, 와인은 칠레, 쇠고기는 호주 등등… 이제 국내에서 만든 공산품이나 식자재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은 다들 경험하시는 바와 같다.
만약 기름값이 너무 올라 수지타산이 맞지 않던가, 혹은 이 화물선들을 채울 수 있는 충분한 기름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면 결국 배는 멈추게 될 것이다. 이때는 진정한 재앙이 시작된다. 예컨대 국내에 들어오는 밀가루의 양이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것은 단지 라면 가격의 상승이 문제가 아니라 라면의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물론 운송이 안되니 수출길도 막힌다. 그렇다면 라면 업계들은 조만간 줄줄이 도산하게 될 것이며 그것 한 가지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일 것이다.
암튼간에, 이처럼 우리가 현재 건설해 놓은 글로벌 경제, 혹은 세계화는 석유 가격과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그 순간 폭삭 가라앉을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것이다. 그래서 어떤 연구가들은 지난 100년간의 석유 문명이 인류 역사상 매우 드물고도 유별난, 말하자면 ‘신의 축복’을 받은 시기였으며, 이제 그 축복을 마구 남용한 결과 그 모든 거품들이 일거에 사라지고 조만간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렇다. 거리를 뒤덮은 수많은 자동차의 물결도, 한나절이면 한국에서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는 놀라운 속도도, 함부로 쓰다가 아무렇게나 버리는 일회용품의 홍수도, 전세계의 산해 진미를 동네 수퍼에서 맛볼 수 있는 물자의 교환도 모두 꿈처럼 사라진 세상, 바로 20세기 이전의 모습으로 세계가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것도 짧게는 몇 년 내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거다…
가장 대표적인 반론 중 하나는 대체 에너지의 개발 등으로 이 모든 문제가 거의 자동적으로 해결되어 갈 거라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대게 자유시장 경제 원칙과 기술 발전에 대한 낙관론이 자리하고 있다. 값싼 석유 에너지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지금까지 비싼 개발비나 공급비 등으로 시장 가치가 적었던 새로운 에너지, 즉 신재생 에너지 부분의 경쟁력이 올라가고, 경제 원리에 의해 자동적으로 이 분야에 대해 많은 투자가 되고 기술 혁신이 이루어져서 그 결과 석유의 빈 자리를 충분히 메꾸고도 남을 만큼의 공급량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주로 경제학자들이 견지하는 관점이다.
물론, 이미 인류는 화석연료 외에 다양한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 수력과 원자력(사실 원자력은 우라늄 매장량의 한계 – 약 5,60년 분량이 남았다고 봄 - 로 인해 조만간 화석 연료의 경우와 비슷한 미래를 맞이하게 된다)이다. 그리고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태양력, 풍력, 지열, 조력, 수소 등 다양한 다른 방식들도 있다. 미국 모하비 사막의 거대한 태양열 발전 시스템이나 높이 100미터가 넘는 거대한 풍차가 수십 기씩 모여 있는 강원도의 풍력 단지의 장관을 보고 있노라 면 에너지 문제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의 미래에 대해 부푼 희망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 지구상의 에너지 현실은 그런 순진한 희망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일단 많은 분들이 혼동하는 부분부터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이런 시설들은 거의 대부분이 ‘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란 점이다. 그리고 석유는 전기 생산의 주 연료가 아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기는 주로 석탄이나 다른 화석 연료에 의해 생산되고 있으며 석유가 차지하는 양은 그리 많지 않다. 이것은 다시 말해, 태양력 발전이나 풍력 발전 같은 것들이 충분히 늘어난다 한들 실제 석유의 쓰임과 관련되어서는 중심적인 영향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석유의 중심 수요는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자동차, 항공기, 선박 등의 운송 수단과 각종 건설 기계, 중장비, 농기계의 연료, 난방연료, 그리고 온갖 합성 수지와 석유 화학 제품이다. 풍력이나 태양력이 대체할 수 있는 쪽과는 좀 다르다. 그럼 아마도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합성 수지야 뭐 다른 걸로 대체하면 되고, 연료는 요즘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는 바이오 디젤이나 바이오 에탄올, 수소, 전기 같은 것으로 바꾸어 가면 되지 않나? 뭐가 그리 큰 문제냐? 물론, 이런 기술들을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늦은 감이 있지만 아주 열심히 개발해서 빨리 상용화 해야 한다. 그러나 그래서 ‘아무 문제 없다’ 라고 한다면 그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다음 시간에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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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6/20 13:19 | 세상사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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