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사태] 유가폭등과 석유 정점 2 /by 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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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사태] 유가폭등과 석유 정점 2

2008. 6. 20. 금요일

지난 시간에 설명 드렸듯, 비록 우리가 현재 석유 정점에 도달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앞으로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그날이 도래할 가능성은 거의 100%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석유뿐 아니라 석탄이나 구리 같은 광물 등 소위 ‘고갈성 자원’ 모두에 해당하는 사항이지만 석유의 문제는 단기간에 너무 많은 양을 소비해 왔다는 점에서 그 문제가 빠르고도 긴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하루 8700만 배럴이라는 수요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인류가 소비하는 석유의 양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1배럴이 159리터 정도이니 석유의 비중을 생각해서 대략 200킬로그램이라고 본다면, 8700만 배럴은 1740만 톤, 즉 8톤 트럭으로 217만 5천대가 실어 날라야 하는 규모다. 이런 양의 석유를 우리는 ‘매일’ 쓰고 있는 거다.

이런 무시무시한 양 만큼이나 석유 사용의 분야 역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자동차나 비행기, 선박 등등의 연료나 난방유, 발전용 기름, 각종 기계 오일류 등등이 직접적으로 떠오르는 부분들이지만 이런 것은 사실 일부에 불과하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여러분이 눈을 들어 고개를 돌리는 모든 곳에 석유가 존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플라스틱인데 이것이 우리 일상에서 얼마나 많이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석유를 괜히 문명의 동맥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따라서 이런 석유의 부족은 단지 ‘에너지’의 문제만이 아니라 철과 함께 현대 문명을 지탱하고 있는 기본 재료인 합성 수지의 부족이라는 사태로 직결될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많은 플라스틱 제품을 값싸게 쓰고 또 함부로 버릴 수 있는 것은 모두 값싼 석유 자원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그 값싼 석유가 사라진다면 마치 당연한 듯 느껴지던 그 모든 것들은 180도로 변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우리가 석유 정점을 지나게 되어 유가가 200, 300달러를 넘어서면, 지금 필자가 타이핑하고 있는 노트북 키보드에서부터 마우스, 모니터, 프린터, 아답터, 의자 등등의 생산에는 치명적인 차질이 오게 된다. CD나 DVD, 휴대폰, 볼펜, 선풍기, 테레비, 신발 밑창, 나일론 점퍼와 스타킹, 오디오, 자동차 인테리어, 타이어, 인조가죽 소파, 변기 뚜껑, 전선 피복, 라이터 등등은 물론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는 페트병과 매일같이 산더미처럼 소비되는 비닐 백 등도 마찬가지다.

이 현상은 처음에는 가격이 상승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아예 물자의 부족으로 이어지게 된다. 즉 돈을 주고도 살 수가 없게 되는 거다. 그렇다면 그때 우리는 마우스나 신발 밑창을 나무나 금속 등으로 만들어야 할까? 가능이야 하겠지만 그러기 시작하면 이제 그 재료들 역시 얼마 안 가서 심각한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전세계에 컴퓨터가 10억대 있다면 마우스도 10억 개가 필요하고, 신발이 100억 켤레 있다면 고무 밑창은 200억 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놀랍게도 석유는 이런 식의 수요를 현재까지 모두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우리가 즐겨 씹는 껌에도 석유가 들어 있다. 하루에 전세계에서 씹히고 버려지는 껌의 숫자는 대체 몇 개나 될까?


물론 언젠가는 석유를 쓰지 않은 값싼 합성수지 대용품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너무나 값싼 석유와 이를 원료로 한 플라스틱 가격으로 인해 그런 부분의 기술 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왔다. 따라서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갑자기 석유 정점이 도래하게 되면 모든 합성수지 제품의 가격과 수급에 반드시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 상황을 좀 버티고 시간이 다소 지나면 기술 개발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과연 그 기술이 정착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할 경제 구조가 석유가 부족한 상태에서 멀쩡히 존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플라스틱 문제도 실은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글로벌 경제 하에서 원자재 가격 및 운송비의 상승으로 인해 석유와 직접 관련이 없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서도 물가의 극적인 상승과 수급 불안이 빚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필자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말레이시아 제이며 타이핑하고 있는 컴퓨터는 중국에서 만든 것이다. 냉장고의 야채도 중국과 동남아, 와인은 칠레, 쇠고기는 호주 등등… 이제 국내에서 만든 공산품이나 식자재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은 다들 경험하시는 바와 같다.


이것들이 국내에서 이렇게 잘 팔리는 단 한가지 이유는, 수천 킬로미터를 옮겨오고 여러 번의 중간 마진이 붙은 상태에서도 여전히 국내산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가능한 배경은 바로 값싼 석유 에너지를 통한 저렴한 운송비이다. 제 아무리 현지의 인건비나 재료비가 싸다 하더라도 운송비가 턱없이 많이 들면 충분히 싼 가격으로 공급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운송의 중심에는 엄청난 기름을 먹지만 한편으로 엄청난 양을 운송할 수 있는 거대한 선박들이 존재하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석유 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모든 수입 공산품과 식품, 식품과 공업 원자재 등의 가격도 동반 상승할 수 밖에 없다.

만약 기름값이 너무 올라 수지타산이 맞지 않던가, 혹은 이 화물선들을 채울 수 있는 충분한 기름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면 결국 배는 멈추게 될 것이다. 이때는 진정한 재앙이 시작된다. 예컨대 국내에 들어오는 밀가루의 양이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것은 단지 라면 가격의 상승이 문제가 아니라 라면의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물론 운송이 안되니 수출길도 막힌다. 그렇다면 라면 업계들은 조만간 줄줄이 도산하게 될 것이며 그것 한 가지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밀가루 관련 업계 전체가 받는 타격과 그 여파는 얼마나 될 것인가. 또 밀가루 하나가 이럴진대 나머지 모든 것들이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우리 사회, 경제, 정치, 일상 생활은 과연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최근 발생한 화물연대의 파업은 이런 현상의 전초전일 뿐이다


물론 석유 정점을 지난다고 해도 당분간 화물선이 멈추는 극단적인 일까지 일어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식재료와 원자재의 가격 상승은 이미 시작되고 있으며 유가가 내려가지 않는 한 그 여파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유가가 내려가고 밀가루 값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라면 값은 다시 떨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것은 라면 업체들의 몰염치와 비양심보다는, 가격이 올라간 상태에서 새로 만들어진 라면을 둘러싼 생산과 유통, 소비의 각종 경제 구조들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것들도 물론 다 마찬가지다.

암튼간에, 이처럼 우리가 현재 건설해 놓은 글로벌 경제, 혹은 세계화는 석유 가격과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그 순간 폭삭 가라앉을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것이다. 그래서 어떤 연구가들은 지난 100년간의 석유 문명이 인류 역사상 매우 드물고도 유별난, 말하자면 ‘신의 축복’을 받은 시기였으며, 이제 그 축복을 마구 남용한 결과 그 모든 거품들이 일거에 사라지고 조만간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렇다. 거리를 뒤덮은 수많은 자동차의 물결도, 한나절이면 한국에서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는 놀라운 속도도, 함부로 쓰다가 아무렇게나 버리는 일회용품의 홍수도, 전세계의 산해 진미를 동네 수퍼에서 맛볼 수 있는 물자의 교환도 모두 꿈처럼 사라진 세상, 바로 20세기 이전의 모습으로 세계가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것도 짧게는 몇 년 내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거다…



석유 정점과 전세계 석유 및 에너지의 현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식의 예상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을 보내곤 한다. 물론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바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지 않는다고 해서 과연 오지 않거나 쉽사리 막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생각해 봐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반론 중 하나는 대체 에너지의 개발 등으로 이 모든 문제가 거의 자동적으로 해결되어 갈 거라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대게 자유시장 경제 원칙과 기술 발전에 대한 낙관론이 자리하고 있다. 값싼 석유 에너지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지금까지 비싼 개발비나 공급비 등으로 시장 가치가 적었던 새로운 에너지, 즉 신재생 에너지 부분의 경쟁력이 올라가고, 경제 원리에 의해 자동적으로 이 분야에 대해 많은 투자가 되고 기술 혁신이 이루어져서 그 결과 석유의 빈 자리를 충분히 메꾸고도 남을 만큼의 공급량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주로 경제학자들이 견지하는 관점이다.


우리는 자본의 투입과 기술의 발전을 통한 에너지와 재화가 넘쳐나는 미래를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사실 이런 법칙은 상당히 많은 경우에 유효하다. 유효하기 때문에 자본주의 경제가 지금처럼 나름대로 동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석유의 경우에도 이런 공식이 그처럼 단순하게 적용될 수 있을까?

물론, 이미 인류는 화석연료 외에 다양한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 수력과 원자력(사실 원자력은 우라늄 매장량의 한계 – 약 5,60년 분량이 남았다고 봄 - 로 인해 조만간 화석 연료의 경우와 비슷한 미래를 맞이하게 된다)이다. 그리고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태양력, 풍력, 지열, 조력, 수소 등 다양한 다른 방식들도 있다. 미국 모하비 사막의 거대한 태양열 발전 시스템이나 높이 100미터가 넘는 거대한 풍차가 수십 기씩 모여 있는 강원도의 풍력 단지의 장관을 보고 있노라 면 에너지 문제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의 미래에 대해 부푼 희망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 지구상의 에너지 현실은 그런 순진한 희망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일단 많은 분들이 혼동하는 부분부터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이런 시설들은 거의 대부분이 ‘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란 점이다. 그리고 석유는 전기 생산의 주 연료가 아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기는 주로 석탄이나 다른 화석 연료에 의해 생산되고 있으며 석유가 차지하는 양은 그리 많지 않다.

이것은 다시 말해, 태양력 발전이나 풍력 발전 같은 것들이 충분히 늘어난다 한들 실제 석유의 쓰임과 관련되어서는 중심적인 영향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석유의 중심 수요는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자동차, 항공기, 선박 등의 운송 수단과 각종 건설 기계, 중장비, 농기계의 연료, 난방연료, 그리고 온갖 합성 수지와 석유 화학 제품이다. 풍력이나 태양력이 대체할 수 있는 쪽과는 좀 다르다.

그럼 아마도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합성 수지야 뭐 다른 걸로 대체하면 되고, 연료는 요즘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는 바이오 디젤이나 바이오 에탄올, 수소, 전기 같은 것으로 바꾸어 가면 되지 않나? 뭐가 그리 큰 문제냐?

물론, 이런 기술들을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늦은 감이 있지만 아주 열심히 개발해서 빨리 상용화 해야 한다. 그러나 그래서 ‘아무 문제 없다’ 라고 한다면 그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다음 시간에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파토 Patoworld@gmail.com

by 트릭키 | 2008/06/20 13:19 | 세상사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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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류정민 at 2009/08/17 21:48
많은 정보를 얻고 갑니다. 앞으로 한시라도 빨리 우리나라가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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