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07일
재협상을 할 능력이 없다면, 사퇴하라!!! /by 일산사람
재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더욱 끔찍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 내과의사 / 2008-6-7 14:11
이명박은 어제 현충일 추념사에서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라고 했다. 같은 날 종교 지도자들을 만난 그는 "재협상은 더 큰 문제를 유발한다."라고 말하면서 국가신용에 악영향을 미쳐서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식의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안 들어온다고 호언장담했다.

저녁에 나는 '조기교육'을 겸해 딸아이와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가두행진의 대표 구호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협상 무효, 고시철회"이고 또 하나는 "이명박은 물러나라"였다. 이 두 가지야말로 MB가 '더 낮은 자세로 듣겠다'라는 국민의 진정한 목소리이다.
MB가 처참하게 망가지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를 이 상황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침에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씨부리고 오후에는 국민의 목소리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말을 뱉어낸다. 이런 방식으로 100일을 해먹으니 과연 어떤 바보가 그를 믿을 수 있을까. 아니 내가 착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명박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으며…… (대국민 기만과 협박으로 그 목소리를 완전히 짓뭉개 버릴 것이다!!!)"
괄호 안의 말들은 아주 낮은 볼륨으로 주절거렸을 거다. 그것도 아니라면 '주어가 빠졌으므로 자신이 한 짓이 아니다'라는 논리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 것과 국민의 목소리에 따라 겸허히 처신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인식이 2MB의 뇌리를 지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국민적 요구는 재협상할 능력이 없다면 사퇴하라는 것이다
'재협상은 더 큰 문제를 유발한다'라는 이명박의 논리대로라면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으로 엄청난 강제력을 지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삽질 대운하'와 비교될 노무현의 대선 공약이었으며,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시킨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이 휴짓조각이 되어버린 이유는 다름 아닌 헌법재판소의 '관습헌법 위반' 판결이었다. 하위법이 아무리 휘황찬란하게 빛을 발해도, 상위법 앞에서는 네온사인 앞의 반딧불이라는 말이다.
이는 민간 차원에서 자율규제를 어떻게 하든 말든, 한나라당이 버시바우에게 애걸복걸을 하든 말든 쇠고기 협상 원문의 조항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한, 우리가 광우병 위험에 노출된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우리가 결정할 권리가 없다는 말이 된다. 그냥 미국의 의지대로 가는 거다. 속된 말로 미국 아이들이 "씨파, 법대로 해!"라고 한마디만 뱉으면 게임 오버가 된다.
재협상 요구를 거부하는 이명박과 한나라당. 그러면서도 협상내용과 협상절차상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국민적 분노 앞에서 복지부동의 자세를 견지하는 그들에게 나는 딱 한 가지만 질문하고 싶다.
"그토록 중요한 문제. 한 번 결정되면 번복하기 어려운 문제, 게다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과 직결되는 심각한 사안을 왜 그리도 경솔하고 성급하게 처리했는가?"
이명박은 아직도 현재 상황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는 엄청난 사고를 저질렀다. 국민적 요구는 이명박 자신이 저지른 사고를 수습하라는 거다. 원상복구 해내라는 거다. 어떻게? 무조건. 수습 못 하면? 쉽게 가자. 이명박 아웃이다.
"협상 무효, 고시철회"라는 구호에 자연스럽게 "이명박은 물러나라"라는 구호가 연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적 동의와 설득과정을 철저하게 무시한 채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저질러진 대형참사 쇠고기 협상. 이명박은 이를 기정사실화하며, FTA 문제나 대미통상 마찰 등을 언급하면서 재협상을 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이명박은 '엄청나게 많은 대가'의 구체적인 예로 미국과의 통상협상에서 우리가 추가로 미국에 양보해야 할 사안들을 거론하는 모양이지만 그것은 이명박만의 착각일 뿐이다. 협상과정이 온통 부실투성이였다는 사실은 정부와 한나라당도 인정하는 바이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 최선을 다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도 우리에게 불공평한 결과가 나올 위험성이 상존하는 위험천만한 게임이다. 그런데 이명박은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초등학생 아이스크림 내기 가위바위보 게임보다도 가볍고 경박스럽게 해치워 버렸다.
정부와 최고권력자가 그렇게 무책임하게 저지른 사고의 뒷수습을 위해 대한민국이 치러야 할 대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나는 '엄청나게 많은 대가'는 사고를 저지른 당사자가 치러야 할 대가로 한정 져야 한다고 판단한다. 다름 아닌 정권과 대통령 자리를 걸어야 한다.
이명박은 '불도저'라는 이미지로 대중에게 어필했다. 대형사고도 과연 불도저스럽게 저질렀다. 이제 국민들의 차례이다. 우리는 촛불로써 불도저보다 더욱 드세게 이명박을 밀어붙일 것이고,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무조건 재협상이다. 그럴 능력이 없다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라. 백만 번을 생각해보아도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이명박 개인의 대통령 자릿값보다 훨씬 더 비싸기 때문이다.
ⓒ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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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6/07 18:00 | 세상사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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