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혁명이다 / by 일산사람






이제 혁명이다 / 일산사람 / 2008-6-7 15:04


시청 앞을 둘러보던 중, 촛불 든 친구를 만났다. 5년 넘게 소식이 뜸했던 친구였다. 서로의 안부는 간단히 묻고, 30여 년 전 박정희, 전두환의 독재정권을 상대로 함께 싸웠던 이야기를 나눴다. 80년대 초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철필과 먹지 그리고 등사기로 밤새워 유인물을 만들어도 오백 장 채우기가 힘들었는데, 우리 앞을 지나가는 한 대학생은 노트북을 목에 걸고 생생한 동영상을 전국에 실시간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미니스커트에 뾰족구두의 저 아가씨는 또 어떤가. 핸드폰을 머리높이 들어 '찰칵' 몇 번 하더니 엄지족 특유의 번개같은 손놀림으로 문자와 함께 날려버린다. 우리 때는 골방에 숨어 팔이 마비되도록 찍어내도 고작 오백 장이었는데, 지금은 노트북과 핸드폰으로 전 국민에게 아니, 전 세계로 쏘아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둘은 허탈하다 할까 부럽다 할까 뭐라 표현할 길이 없었다.

우리는 함께 시청에서 남대문과 명동을 돌아 안국동으로 갔다가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왔다. 산책하듯 걸으면서 구호를 목청 높여 외쳤다. 협상무효 고시철회라는 구호는 극히 일부분이었다. '이명박은 물러나라'가 대세였다. 백일이면 많이 했다. 쥐새끼를 때려잡자 는 구호도 나왔다.

구호를 외칠 때 선창과 후창으로 나뉘게 된다. 목청 좋은 사람이 선창으로 '이명박은~' 외치고 주변의 다수 사람들이 '물러가라~' 하며 따르게 된다. 그런데 뒤에서 선창하는 '이명박은~'을 외치는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궁금해 고개를 돌려 보니 초등학교 6학년쯤 되었을까, 엄마 손을 잡은 꼬마아이였다. 헉, 이럴 수가, 이 싸움에서 누가 이길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두말할 나위 없다.

1시간 넘게 길이 막혀 꼼짝달싹 못하게 된 차 안에서도 사람들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짜증이나 적의감이 없었다. 옛 시절 대학생 시위대가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시민들은 짜증 내기 일쑤였다. 그러나 어젯밤 그런 모습들이 보이지 않았다. 버스는 아예 엔진을 끄고 느긋했고 승객들은 사진 찍으며 같이 환호했다.

전경차들로 꽉 막힌 광화문 네거리는 축제의 마당이었다. 저항의 몸짓 가득한 시위현장이 아니라 헌법 1조를 노래하며 민주시민의 주권을 마음껏 만끽하는 축제의 난장이었다. 잘 알려진 유모차 부대, 예비군 부대뿐만 아니었다. 짧은 미니스커트의 뾰족구두 부대, 전의경 후배를 설득하려 나타난 전직 전의경 부대 등, 축제는 하루 다르게 진화하고 있었다.

전경들에 막히면 쉬면서 즐겼다. 둥글게 모여 앉아 노래자랑, 춤 자랑하고 주위에는 노점상까지 모여들었다. 생수와 김밥을 나눠 먹고 집에서 만들어온 손 구호를 높이들이며 자신들이 민주시민임을 맘껏 뽐내었다.

이것은 혁명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속일 필요는 없다. 우리는 새로운 이름의 혁명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것은 아름다운 혁명이다. 2008년 대한민국,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 아름다운 혁명이란 말과 함께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아름다운 혁명의 전사들, 촛불과 인터넷, 유모차 그리고 미니스커트의 무적부대는 그 어떤 간악하고 교활한 권력자도 이길 수 없다. 하물며 저 무능한 이명박 정권쯤이야.

이명박 정권은 재협상에 대한 의지는 물론 능력도 없다. 기껏 내놓은 것이 자율규제다. 자율규제란 무엇인가. 업자들끼리 잘 알아서 하자는 것이다. 업자들이 양심적이고 약속을 잘 지킨다면 상법을 비롯한 그 많은 법적 규제가 왜 필요한가.

동종업계의 사장들이 골프 치면서 양심적으로 사업하겠다고 자율결의하면 모든 법적 규제와 장치는 무효가 되나. 삼성과 현대 같은 재벌들이 조찬모임을 갖고 불법 안 하겠다고 자율결의하면 앞으로의 모든 배임과 비자금 횡령도 묵인이 되나.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가. 당신만 CEO출신인가. 그런 꼼수가 통할 것 같은가. 그러니까 초등학생들한테도 비엉신 소리 듣는 것이다.

수입업자들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해 줄 것을 건의했고 이명박 정부는 이를 흔쾌히 받아드렸다고 한다. 한마디로 현 정부와 거래하겠다는 것이다. 앞잡이가 되어 대국민 홍보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는 대신, 거래의 대가로 받은 허가제로 진입장벽을 높여 자신들의 기득권 확보와 함께 이득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속내이다. 우리 국민이 이런 자들에게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맡길 것 같은가. 꿈 깨라.

이명박이 어제 말한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말은 사실이다.
첫 번째 이유로, 이명박 정부는 재협상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기본기능인 위기관리만 보더라도 기름값 급등 같은 오는 위기 막지 못하고, 이번 광우병 쇠고기같이 없는 위기도 만들어내는, 무능력의 표본으로써 유사 이래 없는 정부가 바로 이명박 정부이다. 따라서 재협상이 어렵다는 그의 말은 조금이라도 어려운 일은 자신 없다는 스스로의 무능에 대한 대국민 고백과 같다. 따라서 무능한 정권은 바꾸는 것이 옳다.

두 번째 이유는 재협상의 상대인 미국에 있다. 협정상대국인 미국도, 이명박을 상대로 해서는 재협상할 이유나 명분이 없다. 설령 미 행정부가 재협상하고 싶다 해도 자국의 축산업자와 여론을 설득하려면 이를 뒤엎을만한 획기적인 상황이 필요한데, 한국 정부가 바뀌어서 새로이 협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외는 불가능하다. 즉, 재협상을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협상의 주체를 바꾸는 것이다. 따라서 재협상을 위한 가장 쉬운 길은 이명박 정권의 퇴진이라는 결론이 된다.

촛불문화제에서 이명박은 물러나라 라는 구호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이명박 퇴진 요구는 국민 모두의 축적된 경험과 집단지성에서 만들어진 결정체이다. 또한, 국민 자신의 건강과 생존을 위한 본능적 외침인 것이다. 그리고 2008년 6월, 우리들의 아름다운 혁명으로 이명박 퇴진이라는 꽃을 피우고 재협상이란 열매를 맺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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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릭키 | 2008/06/07 17:38 | 세상사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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