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이 높아지는 과정 /by 김동렬



잘 나가는 식당이 있다. 이 식당의 컨셉은 싸고, 빨리, 적당한 맛이다. 그런데 이웃에 경쟁자가 생겨서 그 집은 더싸게, 더빨리, 그리고 많이주는 집이 생겼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변화를 꾀해야 한다. 변화는 맞불을 놓듯 싸게 헐값에 더싸게 값을 내리면서 싸우던가 아예 다른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오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다른 곳으로 가게를 옮길 수도 있고 영업시간을 바꿀 수도 있다. 이것이든 저것이든 찾아보면 몇가지 수가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망한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사이가 그렇다. FTA 얘기가 나오던데 우리는 실로 거대한 세계의 공장과 경쟁하게 된다.
한동안 우리는 일본을 벤치마킹하던 따라쟁이었다. 일본에서 생산기계를 들여와서 일본제품에 8할 정도되는 품질에 절반 정도의 가격으로 세계시장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섰던 것이다.

일본은 싸면서 품질좋은 물건을 만드는 선두주자였다. 경제동물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꾿꾿히 만들어서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거기까지는 좋다. 그렇게 해서 일본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거품이 꺼졌지만 여전히 돈은 있다. 그런데 일본의 품격은?

일본은 전체적으로 점점 침체되어 가고 있다. 그것은 산업의 경쟁력 문제가 아닌 근본적으로 문화의 문제다. 의사소통의 문제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그동안 일본을 흉내내었다. 그것은 초보가 1위를 흉내내어 2위까지 올라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대 1로 개별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이제 일본을 흉내낼 수는 없다.

미국과 우리의 FTA는 접근경로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복잡한 질서가 하나 줄어들게 된다. 관세협상을 함으로서 FTA를 하지않는 다른 어떤 나라와 미국이 가진 관계에서 보다 무질서도가 증가한다. 두 나라가 균질화 과정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균질화 되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강한 갈등을 만나게 된다.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그 전까지는 질서로 인해 통제되고 드러나지 않던 다양한 요구들이 터져나오게된다.

FTA 안할때는 국가가 하나의 질서자로 중간상인 역할을 했다. 정부는 관세로 수입품을 규제하고 자국 산업을 키워줬다.
이런거다. 수입차에는 관세 매겨서 못들어오게 해야지. 그동안 현대 기아 대우 키워주고 용돈받고 그리고 관세매긴 비싼 수입차는 부자들 돈자랑하는데 쓰고 누이좋고 매부좋고 빨아주고 폼잡고 얼씨구.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일본 부품사다가 조립해서 팔아온건 다 아는 사실이다. 국민들은 그것에 감지덕지하며 묵묵히 사서 쓴다. 그렇게 어중간하게 2인자 노릇 잘 해먹었다. 호랑이가 없는 시장에서 여우가, 승냥이가, 곰탱이가 생색냈다. 그러다가 IMF 와서 다 홀라당 팔려갔다. 그나마 현대는 모아놓은 돈으로 자체개발을 한게 먹혀서살아남았다.

인터넷시대가 왔다. 정보가 공개되어 어디가 더 싼지 삽시간에 다 알게된다. 중간상인은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현대에서 야심차게 대형세단을 내놓았는데 그게 한국에서는 4천만원, 미국에서는 2천5백만원이다. 소비자들이 비웃는다. 그동안 그렇게 국내소비자 벗겨먹고 야금야금 종잣돈 모아서 해외진출했었던 거다. 수출시장이 크다는 이유로. 그러나 이제 견제가 시작된다.

그 전까지 폐쇠적인 시장에서 이점을 누리고 있던 국내기업들이 허리띠 조여야 하는 상황이 온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위기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제고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음으로 혁신을 꾀하게 되어 득이다.

이제 국가가 단순한 통제자의 역할을 벗어던지게 된다. 그러면 국가는 무슨 역할을 해야하는가?
국가는 질서의 통제역할에서 소통의 조율역할로 바뀌어야 한다. 다양한 요구를 담아낼 통로역할을 해야한다. 지금 정치권이 그 역할을 잘 못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광장에서 그 일이 이루어지고 있다.
 
쥐새끼가 미친소를 수입한다고 하니까 학생들이 들고일어났다. 우린 미친소 안먹는다. 너나 머거! 이 와중에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품격이 만들어진다. 저질은 거부하겠다는 거다. 저질을 거부하려면 의사소통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지금 촛불광장에 모인 학생들이 그 품격을 낳아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라면? 100만명 모인 천안문도 탱크로 깔아뭉겠다. 그 휴우증으로 중국은 긴장을 견뎌내지 못한다. 이미 경제적으로는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대책이 없다. 지금 중국은 우익질 하면서 불만을 땜빵하는 중이다. 일본도 마찬가지. 일본젊은이들은 관심도, 기력도 없다. 알아서 해주겠지. 알아서 해주는 그분들은 우익질에 정신이 없다.
우리도 지금 광장에 모인 시민들과 전경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우리는 긴장에 강하다. 그 긴장을 유지하면서 낳아냄에 성공하고 있다.

일본은 침체되고 있다. 그동안 쌓아놓은게 있어서 계속 그것만 우려먹으면서 버티고 있지만더 이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말하자면 품질은 알아주는데 새로운 맛도 없고 고집스럽기만하다. 제조업에서도 디지털과 같은 새로운분야일수록 일본은 경쟁력이 점점 떨어진다. 우리가 그 덕을 많이봤다. 신상품은 한국이 앞서가고 저가상품은 중국이 ㅤ쫓아오고 고급상품은 수입하기 바쁘고 원천기술, 고급생산설비 등으로 버티고 있는 중..

중국은 앞으로도 계속 저가 공세다. 중국의 상품이 지금처럼 저질 이미지에서 벗어나서 '아 메이드 인 차이나 그거면 믿을 수 있어' 라는 소리 들으려면 중국 전체가 한번 들끓어야 한다. 중국 국민들부터 저질상품을 거부해야한다. 지금 우리가 큰 판 벌려서 그거 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앞으로 중국과 단가경쟁을 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오로지 품질이다. 그러나 품질도 다가 아니다. 우리는 실로 품격에서 앞서나가야 한다. 명품 명품 하는데 다 헛것이다. 우리는 명품을 잘 모른다. 우리는 명품을 잘 모르고 품격을 잘 모르기 때문에 명품의 노예가 된다. 잘 모르기 때문에 저명하다는 서구 유럽에서 수입한- 그렇지만 생산은 중국에서 한- OEM 상품을 들고 뿌듯해 한다. 서구 유럽 고가브랜드를 달고있는 명품에는 저질 중국제가 주지 않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허나 그것이 그 물건에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진정한 명품은 가치를 담은 것이다. 그 가치는 인간에 대한 가치다.
누가 만들었느냐.
그 아름다움을 알아본 사람은 누구냐.
누구에서 선물할 것이냐.

우리는 앞으로 한국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한국인의 눈으로 평가된 아름다움이기 때문에
이것을 선물받는 사람에게도 그 느낌을 전해줄 수 있다. 라는 목표를 두고 가야한다. 그것은 단순한 품질 이상의 것이다.

각 나라들이 FTA를 계속 추진하게 된다면?
미국이 미친소 먹는게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지구촌의 문제로 영향을 크게 미치게 된다.
그럴 수록 다 드러나게 된다. 수준차이가 드러난다. 품격의 차이가 드러나게 된다. 이번 일로 미국의 품격은 또 한단계 떨어진다.
우리는 미국과 FTA를 함으로서 커다란 역사의 도전을 맞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에 압박을 받고 있는게 아니다.
미국이나 중국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는걸 알아야 한다. 사실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 일어나는 소통과 품격의 문제다. 문화 하나를 완성함으로서 정치와 경제를 통제하게 된다.


이제 젊은 우리의 시대다.




김동렬 www.drkimz.com


by 트릭키 | 2008/05/30 10:39 | 세상사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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