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생각] 80과 08..


[고미생각] 80과 08.. / 고미생각 (f1rescue) / 2008-5-2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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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미생각입니다.



1.


1980년 5월 27일 새벽 3시. 광주 금남로…


새벽녘이 고요한 어둠을 찢고 한 여성의 절박한 목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웁니다.


"민주시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계엄군이 쳐들어옵니다. 시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계엄군은 탱크를 앞세워 광주 시내로 진입하고 공수부대는 당시 항쟁 지도부가 점거하고 있던 전라남도청으로 조용히 침투하기 시작합니다. 도청 내부에서 총성과 함께 몇 차례 공방전이 벌어지고 난 뒤 얼마 후… 저 멀리 무등산 자락에서 동이 터올 무렵, 군인들은 대오를 맞춰 군가를 부르며 도청 탈환을 자축합니다. 도청을 지키던 시민군 대부분은 이 과정에서 거의 대부분 몰살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80년 5월 17일부터 광주에서 시작된 시민들의 항전과 투쟁은 27일 새벽 계엄군의 도청 탈환(이른바 상무충정작전)을 마지막으로 "빨갱이를 등에 업은 폭도들을 우리 군이 용맹스럽게 섬멸했다"는 주요 신문과 방송사의 보도와 함께 끝을 맺게 됩니다.


80년 광주의 진실을 말해주던 사람은 푸른 눈의 독일인 외신기자 한 사람뿐, 우리나라 기자들은 그저 왜곡된 보도와 침묵으로만 일관했습니다. 그로 인해 80년 5월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아는 사람은 살아남은 광주시민들과 몇몇 운동권 인사들뿐이었습니다.


광주 시민들이 빨갱이, 폭도가 아닌 선량한 시민들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데 1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국가원수가 억울하게 희생되어간 시민들의 넋을 "공식적으로" 기리고 사죄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서야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은 대한민국의 민주화 역사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국가권력은 정통성과 정당성의 기반에서 출발해야 비로소 그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정통성과 정당성이 없는 국가권력은 반드시 타락하게 마련이며, 이렇게 타락한 국가권력은 결국 국민들의 피를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국가권력이 국민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단 말인가.."



2.


그로부터 28년 후, 2008년 5월 27일 새벽 1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 (지하철 종각역)


지축을 무겁게 울리는 방패 소리와 함께 각을 잡고 무리지어 도열한 수천 명의 전투경찰들에게 둘러싸인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진압개시"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종각역 일대는 한순간에 아비규환의 전쟁터로 바뀝니다. 살려달라고 내 짖는 비명소리, 마치 짐승처럼 머리채를 휘어 잡힌 채 끌려가는 시민들, 팔다리가 부러져서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아주머니, 전경들에게 구타당해 옷이 넝마가 되어버린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까지…


이들은 쇠 파이프나 화염병, 짱돌로 무장한 시위대가 아닙니다. 이들은 그저 평범한 시민들일 뿐이었습니다. 기껏 들고 있었던 것은 촛불과 종이피켓뿐…. 그리고 "국민을 무시하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던 목이 쉴 대로 쉰 목소리뿐이었습니다. 도대체 이들이 왜 민중의 지팡이이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임무를 띈 경찰들에게 "짐승만도 못한 대접"을 받아야 합니까? 이들이 무슨 죄가 있어 방패로 찍히고 곤봉으로 맞으며 주먹과 발길질과 폭언과 욕설을 들어야만 했습니까?


80년 5월 광주에서 있었던 일에 입을 닫고 눈을 감으며 오히려 폭도라고 매도했던 신문과 방송들, 그리고 정부와 여당은 28년이 지난 지금도 지난 3일간 서울 광화문과 신촌과 종각에서 힘없이 쓰러져간 시민들을 두고 과격분자에 폭도들이라는 오명을 씌우기 바쁩니다.


저는 이들에게 분노에 찬 목소리로 묻습니다.


무엇이 이들을 거리로 나서게 했고, 무엇이 이토록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들을 화나게 했는지는 알고나 있습니까? 당신들이 보호해야 하고 떠받들어야 할 대한민국 주권자인 시민들의 목소리가 그렇게도 우습게 들렸습니까?


당신들이 생각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는 강부자와 고소영으로 대표되는 상위 1퍼센트의 국민들에게만 적용되는 말이었던 것입니까? 도대체 누가? 무슨 권리로 이 평범하고 힘없는 시민들에게 불법행위자, 폭도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단 말입니까?


대통령과 정부 여당과 국회의원 여러분, 당신들은 그들이 오늘 새벽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오늘이 80년 5월의 오늘이 광주민중항쟁의 마지막 저항이 있었던 날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습니까?


80년 광주에서, 그리고 08년 서울에서 시민들이 총에 맞아 죽고 경찰들의 폭력에 쓰러지는 어처구니 없는 역사가 "같은 날에 반복되었다는 믿기 힘들 정도로 섬뜩한 사실"을 혹시나 여러분은 알고 있습니까? 이 사실에서 느껴지는 것이 정녕 여러분에게는 없더란 말입니까?



3.


80년 5월 광주와 08년 5월 서울은 너무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도덕성을 헌신짝처럼 내다버린 정권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인권을 지켜야 한다"는 헌법의 준엄한 명령을 무시하고 외면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라고 천명한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은 이미 경찰들의 군홧발에 짓밟힌 지 오래되었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겨우 3개월 만의 변화라는 사실에 더더욱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저는 분노합니다. 많은 분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87년 6월 이후로 멈춰 있었다고 말해왔지만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았다고 이런 식으로 거꾸로 돌아갈 줄은 몰랐습니다. 대한민국의 정부와 그 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국민들이 양도한 주권을 자기들 마음대로 멋대로 휘두르며 이를 합법이라고 우겨대는 현실을 도저히 목도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정부가 사용하고 있는 국가권력이란 "헌법적 질서하에서 정당한 절차를 통해 사용한다." 전제 하에 국민들이 양도한 것입니다. 당신들이 애초부터 갖고 있던 권리요 권한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일 뿐입니다.


이를 무시한 정부는 정통성도 정당성도 없는 괴뢰정부입니다.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이들이 합법을 빙자하며 내세우는 권력은 엄연히 무효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힙니다.


저는 이제 거리로 나섭니다. 촛불을 들고 국민을 무시하는 정부와 맞서 싸울 것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민이 가진 최후의 권리와 권한을 사용할 것입니다. 그 권리와 권한은 어떤 정부와 어떤 권력도 함부로 침해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국민들의 피를 먹고 자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가 제게 가르쳐 준 교훈입니다.



매일 저녁 7시 30분 광화문과 청계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서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이끄신 순국선열들과 호국영령들이시여!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을 지켜주소서~~


 


ⓒ 고미생각




주 : 사진과 일러스트는 인터넷에서 펌하여 글에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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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릭키 | 2008/05/27 18:32 | 세상사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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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다비 at 2008/05/27 18:41
이오공감 보내고 싶네요 ㅠㅠ
Commented by ellouin at 2008/05/27 20:52
그러고보니
5월이군요.

민중의 피를 먹는 5월. 그 고통을 먹고 자라는 민주주의를 우리 스스로 너무나 우습게 여겼던 대가를 받고 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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